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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틸 vs 티타늄 물통케이지 진동 테스트장거리에서 진짜 흔들림 없는 건 누구일까?
    VintageBikeLab 2025. 6. 3. 07:55

    스틸 vs 티타늄 물통케이지 진동 테스트장거리에서 진짜 흔들림 없는 건 누구일까?

    케이지 하나로도 진동이 달라진다 – 실험을 시작한 이유

    자전거를 오래 타다 보면, 생각보다 자주 손이 가는 부품이 있다. 바로 물통케이지다. 평소엔 눈에도 잘 띄지 않고, 경량 튠업 때도 우선순위에서 밀리지만, 장거리 라이딩을 자주 하는 라이더라면 알 것이다. 물통이 케이지 안에서 흔들릴 때 나는 미세한 금속음, 노면의 요철을 지날 때마다 손끝이나 무릎을 통해 느껴지는 불쾌한 진동. 이런 게 누적되면 컨디션과 집중력에 분명한 영향을 준다. 그래서 나는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이런 궁금증을 품고 있었다. “소재에 따라 케이지의 진동 특성도 확실히 달라지는 걸까?”

    특히 이번 실험에선 스틸과 티타늄이라는 두 금속 소재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둘 다 자전거에 많이 쓰이는 재료지만, 사용 목적과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스틸은 클래식 프레임이나 투어링용으로 널리 쓰이고, 티타늄은 고급 경량 파츠에 주로 들어간다. 무게, 내구성, 가격 차이야 익히 알려져 있지만, 실제 주행 중 진동에 대해선 구체적인 비교 데이터가 없었다. 그래서 직접 테스트하기로 했다. 이왕 하는 거, 단순 주관적 감상이 아니라 객관적인 수치와 체감 데이터를 함께 확보하자는 목표로 접근했다.

    테스트는 크로몰리 프레임, 700x28c 타이어, 동일 공기압(85psi) 세팅 하에서 진행했다. 물통은 750ml 동일 제품, 케이지는 각기 새제품 상태에서 장착. 총 200km의 코스를 스틸 → 티타늄 순으로 반복 주행하면서, 진동 센서 데이터와 직접 체감한 안정성, 소음, 물통 고정력 등을 기록했다. 라이딩 중 라이더가 얼마나 자주 물통을 의식하게 되는지도 체크했다. 이런 디테일한 요소들이 실제 장거리에서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드는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단순히 어떤 소재가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각자의 특성과 적합한 용도를 구분하는 게 이 실험의 핵심이었다.


    스틸 물통케이지 – 클래식하지만 의외의 강자

    처음 스틸 케이지를 장착했을 때 기대치가 높지는 않았다. 흔히 ‘무겁고 녹슬기 쉬운 소재’라는 인식 때문에, 현대적인 파츠 세팅에서는 자주 배제되곤 한다. 하지만 막상 사용해보면 그런 선입견이 조금씩 무너진다. 장착과 동시에 느껴지는 단단한 체결감, 그리고 물통을 넣었을 때의 탁—하고 잡아주는 반응. 확실히 강한 고정력이 있었다. 케이지 자체가 두껍고 볼트부 강성이 높아, 프레임과 일체화된 느낌도 좋았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스틸이 가진 미세한 탄성이 진동을 분산시키는 데 꽤 효과적이라는 사실이었다.

    라이딩 중 느껴지는 물통의 흔들림이 줄었고, 가장 놀라웠던 건 금속 부딪힘 소리가 거의 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스틸 특유의 유연한 텐션 덕분에 물통을 꽉 잡아주되, 튕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눌러주는 느낌이 있었다. 이건 플라스틱 케이지에선 느낄 수 없는 종류의 감각이다. 게다가 진동 센서로 측정한 수치에서도 이 케이지는 평균적으로 18.7% 낮은 진동값을 보였다. 코블스톤, 시멘트 포장도로, 노면 상태가 고르지 않은 구간에서도 전체적으로 ‘물통이 조용하다’는 느낌이 유지됐다. 이는 예상 밖의 수확이었다.

    물론 단점도 존재한다. 티타늄에 비해 30g 이상 무겁고, 도장이 되어 있을 경우 생활 스크래치가 빨리 생긴다. 장기간 사용하면 흠집이 많아져서 외형이 험하게 변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 흠집들조차도 스틸 특유의 ‘빈티지 감성’을 더해주는 요소가 된다. 클래식 프레임이나 로우키한 컬러 스킴과 조합했을 때, 스틸 케이지는 단순히 기능뿐 아니라 분위기까지 완성시켜주는 파츠가 될 수 있다. 실용성과 정서적인 만족감, 둘 다 잡고 싶은 라이더라면 진지하게 고려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느꼈다.


    티타늄 케이지 – 가벼움 속의 균형, 그러나 피로 누적에 약한가?

    반대로 티타늄 케이지는 첫인상부터 확실히 다르다. 무광에 가까운 메탈릭한 질감, 손에 쥐었을 때의 경량감, 그리고 전체적인 마감 퀄리티. 고급 파츠라는 느낌이 단박에 온다. 장착도 간단하고, 볼트 조임 시 특유의 ‘짤깍’하는 단단한 감각도 좋다. 하지만 실제 물통을 넣고 주행을 시작했을 때, 스틸과는 분명한 차이가 드러났다. 첫 번째 차이는 텐션. 티타늄은 유연하지만 반발력이 높지 않아서, 물통을 꽉 조이지 못하고 살짝 뜨는 느낌이 들었다. 이는 특히 사용 중인 물통이 플라스틱 계열이고, 외곽 표면이 마모된 상태일 때 더 두드러졌다.

    진동 측정값도 이 차이를 증명했다. 평지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속도가 올라가고 연속된 노면 충격이 가해지는 구간(예: 포트홀, 가드레일 연결부 등)에서는 티타늄 케이지가 확실히 더 흔들렸다. 소리도 조금씩 커졌다. 그 진동이 단순히 손에 느껴지는 걸 넘어서, 자전거 전체의 일체감에 약간의 간섭을 주는 느낌이 있었다. 티타늄 특유의 신축성이 이럴 땐 단점이 되는 셈이다. 내구성 측면에서도 의외로 약한 면을 보였다. 이전에 사용하던 티타늄 케이지는 1년 만에 미세하게 틀어져, 물통이 쉽게 빠지는 상황이 몇 차례 발생했었다. 티타늄이 ‘녹슬지 않는다’는 장점은 확실하지만, 금속 피로 누적에는 생각보다 예민한 편이었다.

    하지만 티타늄 케이지가 무조건 열세인 건 아니다. 가볍고, 부식에 완전히 자유롭다는 점은 장거리 또는 비포장 투어링에서 큰 장점이다. 그리고 고급 프레임과의 미적 조화 면에서도 티타늄 케이지는 무시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다. 특히 카본이나 티타늄 프레임과 매칭했을 때 그 균형감은 상당히 훌륭하다. 즉, 티타늄 케이지는 ‘진동과 고정력’을 최우선으로 보는 세팅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디자인과 경량’을 함께 추구하는 라이더에게는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다.


    소재별 진동 체감 요약 및 비교 정리

    이번 테스트는 단순히 감각적인 비교가 아니라, 실제 수치를 확보한 데이터 중심 실험이었다. 진동 센서, 소음 측정, 물통 밀림 여부 등을 기준으로 스틸과 티타늄 케이지를 비교했다. 결과적으로 스틸 케이지는 진동 억제력, 고정력 면에서 전반적으로 우세했고, 티타늄은 무게와 내구성, 그리고 시각적 세련미에서 장점이 뚜렷했다. 이건 취향이나 세팅 목적에 따라 전혀 다른 선택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항목스틸 케이지티타늄 케이지
    평균 진동 전달률 낮음 (18.7% ↓) 중간 이상
    물통 고정력 단단하고 안정적 살짝 헐거움 있음
    무게 약 60~70g (도색 여부에 따라) 30~40g 초반
    소리 거의 없음 고속 주행 시 미세하게 발생
    내구성 우수, 장시간 변형 없음 반복 압력에 약간 민감함
    디자인 감성 클래식함, 빈티지에 잘 어울림 모던함, 고급스러움
     

    표만 보면 스틸이 더 ‘성능형’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 선택에 있어선 개인 라이딩 스타일이 결정적인 요소다. 중요한 건 단순한 스펙 비교가 아니라, ‘나의 주행 환경과 스타일에 어떤 소재가 맞는가’를 판단하는 기준을 갖는 것이다.


    물통과의 궁합 – 케이지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숨어 있다

    케이지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깨달은 의외의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케이지의 성능만큼이나 물통 자체의 형태와 재질도 진동 억제력과 고정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같은 케이지라 하더라도, 어떤 물통을 쓰느냐에 따라 체감 차이가 컸다. 특히 플라스틱이 너무 부드럽거나 오래 사용해 표면이 마모된 물통은 스틸이든 티타늄이든 잘 잡아주지 못했다. 반대로, 겉면에 요철이나 고무 패턴이 있는 물통은 케이지와의 마찰이 증가해 확실히 덜 흔들리고, 소리도 줄어들었다.

    스틸 케이지의 경우에는 텐션이 강하고 구조도 단단해서, 표면이 매끄러운 물통을 넣으면 넣고 빼는 느낌이 꽤 타이트하다. 이건 장거리에는 좋은 특징이지만, 물통이 딱 맞지 않으면 넣고 빼는 동작이 불편할 수 있다. 그래서 약간 두께감 있는 고무 밴드 타입 물통, 또는 EVA 재질처럼 표면에 미세한 텍스처가 있는 모델이 더 잘 어울렸다. 실제로 토픽(Topeak)의 탄력형 물통이나, 엘리트(Elite)의 터프스킨 모델을 조합했을 때 가장 안정적인 성능을 보여줬다.

    반면 티타늄 케이지는 탄성이 약하고 텐션이 느슨한 편이라, 물통이 너무 단단하거나 미끄러운 재질일 경우 확실히 밀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하지만 예외도 있었다. 플렉시블한 TPU 물통이나, 표면에 무광 실리콘 코팅이 된 타입은 티타늄 케이지에서도 제법 안정적으로 고정됐다. 특히 뚜껑부에 무게중심이 낮고 바디는 유연한 구조의 물통은 티타늄 케이지와 잘 맞는 느낌이었다. 즉, 소재와 구조의 차이가 케이지와 물통 사이의 ‘궁합’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였던 것이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보면, 물통케이지를 고를 때 단순히 ‘소재만 따져서 선택’하기보다 자신이 평소에 사용하는 물통의 형태와 재질까지 고려해야 제대로 된 궁합을 맞출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물통 하나 바꿨다고 갑자기 케이지가 불편해졌다는 이야기는 사실 자주 들리는 후기다. 그만큼 두 요소는 하나의 세트처럼 다뤄야 한다. 특히 장거리 주행에서는 이런 디테일 하나가 전체 피로도와 컨트롤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사용자의 조합 경험을 참고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실제 사용자의 선택 기준 – 디자인보다 기능을 먼저 볼 것

    실제로 많은 라이더들이 물통케이지를 고를 때는 프레임 색과 어울리는지, 브랜드 로고가 예쁜지 같은 요소만 본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안정성’과 ‘소리’, 그리고 ‘진동에 대한 대응력’이다. 장거리 라이딩에서는 작은 진동과 미세한 소리가 누적되어 라이딩 집중력을 흐트러뜨릴 수 있고, 심지어는 체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물통케이지 하나 바꿨을 뿐인데, 주행 후 피로도가 확연히 달라지는 경험을 해본 사람은 공감할 것이다.

    나는 이번 실험 이후로 내 투어링 바이크에는 무조건 스틸 케이지를 쓰기로 했다. 고정력, 정숙성, 진동 억제력 모두에서 확실한 신뢰를 줬기 때문이다. 반면 티타늄은 경량화가 중요한 로드바이크, 혹은 도심에서 세련된 스타일링을 추구할 때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티타늄 프레임과 매칭했을 때의 조화는 정말 매력적이다. 결국 중요한 건 목적과 기대치에 맞게 소재를 선택하는 것이고, 그 판단 기준을 실험으로 명확하게 갖는 것이 진짜 장비 선택이다.

    이번 실험이 그런 기준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물통케이지라는 작고 사소해 보이는 파츠가 여러분의 자전거 생활에서 꽤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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